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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면 ‘은선리고분군’ 을 둘러보고

 

  영원면 ‘은선리고분군’ 을 둘러보고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면서도 아직도 변방의 유적쯤으로 여김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원면 은선리의 천태산 일대에 산재해 있는 백제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고분군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곳 고분군에 대해서 나로서는 ‘등잔 밑이 어두웠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에서 지근거리에 두고서도 관심은 물론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 나를 포함한 ‘수요산행 팀’은 아침 일찍부터 은선리고분군 답사 길에 나섰습니다. 나에게는 고향이라는 인연으로 더욱 가슴이 설레는 답사였습니다. 안내와 해설을 해줄 후배이자 향토사학자 곽형주 님은 우리보다 먼저 현지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향토의 역사에 대하여는 어느 학자보다 깊고 넓은 식견을 가진 ‘재야의 고수’라 할 수 있는 분입니다.

 그 동안 훼손되거나 자연적으로 무너져 있던 고분들이 근년 들어서야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합니다. 답사 길도 최근에 마련되어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었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잡목과 흙더미 속에 묻혀 방치되어 있었으나, 최근에야 관계 당국의 지원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곽형주님의 향토사에 대한 애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그 단초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한 토박이의 관심과 열정이 1500여 년 전의 흔적을 우리 앞에 재현시켜 놓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향토사 정리의 한 획을 그은 곽형주님에게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일행은 은선리 고분군(돌방무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동안,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떠올리며 옛 백제인의 채취에 맘껏 젖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돌방무덤을 막연히 고려장터라고 알고 있었던 무지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이곳 고분군을 한낱 고려장터로 격하시켜 서민들의 효심까지 왜곡시킨 것에 새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이 고분군의 수와 규모 및 축조 방식 등을 볼 때, 백제시대 영원면 일대의 세력가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규모였습니다. 곽형주님은 그밖에도 몇 가지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며, 영원면 일대가 당시 고사부리군의 거점 지역이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비된 고분 말고도 숲속에 가려진 고분으로 추정할 수 있는 흔적이나 돌이 군데군데 눈에 띠었습니다. 이곳 천태산을 중심으로 200여기의 고분이 더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결코 무리가 아닌 듯합니다.

 

 이날 두 시간에 걸쳐 둘러본 은선리 고분군은 10여기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아쉬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방대한 고분군의 존재는 현재의 영원면 일대가 백제시대에 정치, 경제, 문화, 물류 등의 중심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이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직은 그 가치만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 영원면 일대의 고분군을 비롯한 고대 유적의 보다 광범위한 조사와 발굴 및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국가문화재로 격상되어야 함은 물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비록 두어 시간의 짧은 답사였지만, 귀가 길에 고분군의 잔상과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습니다. 향토사학자 곽형주님의 열정적인 고군분투에 이제라도 문화재 관계 당국이 보다 통 크게 화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 2012. 10.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