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이 뒤죽박죽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험하게 뒤척거렸다는 증거입니다.
어젯밤 일입니다.
평소처럼 잠을 청하려했지만, 속이 출출해서인지 잠을 들지 못해 이불을 밀치고 슬며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무얼 좀 먹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캔맥주 하나가 눈에 띠기에 꺼내들었습니다.
안줏거리로 멸치조림도 챙겼습니다. 한밤중에 나홀로 술이라니 근래에 없었던 유별난 행동입니다.
첫 모금의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으며, 딱 한 잔으로 금새 허기가 가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마실 이유가 없어져 나머지 맥주는 포기했습니다.
홀짝홀짝 한 잔을 맛나게 마셨지만,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어렴풋이 술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리 기분좋은 취기는 아니었습니다.
잠을 청하려니, 정신 상태는 어정쩡해지고 속은 더부룩했습니다.
그럭저럭 늦은 잠이 들고 날이 밝았지만, 몸은 무겁고 머리 모양도 엉망이었습니다.
들이켜보니 밤 내내 숙면은 고사하고 줄거리도 없는 개꿈에 시달렸습니다.
평소에 멀리 하던 술에 잠자리 직전인데다,
분위기도 없는 가운데 너무 차가운 한 잔의 맥주 때문에 생채 리듬이 흐트러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오전 내내 내 심신의 컨디션은 해맸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
'느닷없이 안 하던 짓은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술시는 따로 있다.'
- 2012. 1. 5 -
'★요즘 이야기★ >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정월대보름 달빛의 특별한 감흥(感興) (0) | 2012.02.07 |
---|---|
그 시절 그 눈길을 다시 걷다. (0) | 2012.01.16 |
송년의 마침표 (0) | 2011.12.23 |
초겨울나무는 비우고도 짱짱합니다. (0) | 2011.12.05 |
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0) | 201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