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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요즘생각

삼일절 아침에

                                                   삼일절 아침에

 

92주년 삼일절 아침입니다.

밖엔 봄을 시샘하듯 차가운 가랑비가 쉼 없이 내립니다. 거리는 삼일절이라기보다 공휴일 분위기입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삼일절 중계방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파트 베란다의 국기꽂이에는 띄엄띄엄 태극기가 눈에 띱니다.

 

초등학교 시절 삼일절 전날 밤에 늦도록 태극기를 그렸던 일이 떠오릅니다.

도막 난 크레용으로 도화지에 그린 태극기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내일 그걸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를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책보를 안 가지고 가는 날이라 그런지, 삼일절 아침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기념식에서 교장 선생님은 아마 유관순, 태극기, 독립만세 등의 단어를 힘주어 말하며 애국을 강조하셨을 것입니다.

만세삼창 순서를 기다는 동안 얼마나 매만졌는지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는 휘두르기도 전에 이미 구겨져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만세!”를 연거푸 세 번 부르고 나서야, 어제 밤에 그린 태극기도 할 일을 다 마치고 기념식도 끝이 났습니다.

 

그 시절 국경일 때마다 운동장에서 열린 기념식과 만세삼창이 어린 가슴에 애국심을 심어준 것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애국 교육은 철저하고 엄중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요즘 국경일은 본래의 뜻보다 휴일의 의미로 채워졌으며,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애국이나 안보교육이 소홀하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애국을 이야기하려면 오히려 용기가 필요한 세태라고 씁쓸해하는 이도 있습니다.

 

‘애국’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병폐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되는 오늘입니다.

                                                                                                                                     - 2011. 3.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