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지역 문화답사 스케치
▷ 일시 : 2015.10.10(토)
▷ 장소 : 문경시 진남교반, 석탄박물관
▷ 동행 : 샘골교육가족문화답사회
가을은 중심을 향하여 무르익어 갑니다. 그 길을 샘문화 답사 팀이 따라가는 날입니다. 길 끝에 문경이라는 고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별다른 인연이 없는데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습니다. 나에게 문경이 바로 그런 지역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 이름이 ‘문경군’이었으니, 내 이름과는 점 하나 차이였습니다. 지역명이 내 이름과 비슷하다는 표면적인 이유뿐인데도 그럴듯한 사연이라도 있는 듯 낯설지 않습니다.
처음 들른 ‘진남교반(鎭南橋畔)’은 산천과 다리와 성곽이 어우러져, 경북6경 중 제1경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사방이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안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고을은 아늑하고 정겹습니다. 일행은 낙동강으로 흘러들러가는 영강 물가를 몇 걸음 따라가다 곧장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오정산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고모성 위에서 내려다보면 진남교반을 한눈에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지요
신라가 한창 영토를 확장할 무렵 축성된 성이라 알려진 고모산성은, 최근 깔끔하게 복원되어 문경의 명승지로 자리잡았다 합니다. 길이 1200여 미터로 도란도란 걷기에는 적당한 거리였습니다. 적당히 구불구불하여 질리지 않고 내려다보는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절로 힐링이 됩니다. 영강 위로 가로 획을 긋듯 옛 다리, 새 다리, 철길이 놓여있었으며 주변의 기암절벽과 아울려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모성을 내려오다 잠시 곁눈질을 하니 소삽한 오솔길 가에 빨간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두어 그루가 보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익은 홍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말랑말랑한 볼에 손이 닿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입안으로 쪽 빨려 들어가는 감촉과 단맛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입니다. 이런 덤을 만나는 것도 답사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려가는 길 가의 마을은 집집마다 꽃 속에 묻혀있습니다. 그들의 유혹에 발길이 머물지 않으면 여유로운 길손이 아니겠지요. 주먹거리 터에는 옛 주막 몇 채만 있을 뿐, 주모도 술독도 보이지 않습니다. 붕어빵 속에 붕어가 없다는 생각이 언뜻 스쳐갑니다.
이미 폐철된 철길과 만났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한껏 기분을 내며 그 위를 걸었습니다. 멋진 폼이려니 하며 사진 한 컷 찍었지만, 영 어설픕니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문경석탄박물관’입니다. 전시실을 둘러보는 동안 고달픈 한 시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합니다. 문경탄광은 한때 호시절을 구가하며 석탄과 광부들로 붐볐습니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어디나 있는 것. 탄광사고와 진폐증이라는 아픔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내 주유종탄((主油從炭)의 시대로 접어들어 주인의 자리를 석유에게 내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당시의 흔적과 명암만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석탄에 얽힌 애환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탄은 서민의 힘겨운 삶을 상징하는 검은 덩어리였으니까요.
귀갓길 내내 석탄박물관의 잔상(殘像)과 연탄의 추억이 한동안 오락가락했습니다.
(↓ 여기부터 진남교반입니다)
(↓ 여기부터는 문경석탄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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