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와 못치기
사나흘 동안이나 계속된 매서운 추위와 칼날같은 눈보라가 불현듯 어렸을 때의 겨울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시절 겨울엔 왜 그리 눈도 많이 오고 강치도 심했는지,요즘 추위는 거기에 비하면 양반이라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토록 춥게 느꼈던 것은 매서운 날씨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아무래도 걸친 옷이 허술하고 먹은 음식도 하찮았던 탓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아스라이 먼 어린 시절 그 겨울,
날씨가 어느 정도 풀리고 햇볕이 나온다 싶으면 우리 마을 또래들은 토담 밑에 옹기종기 모여 앉습니다.
그곳은 햇볕이 내리쬐는 남향이기도 하지만 찬 바람을 막아주어딱지치기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으니까요.
강치에 내맡겨진 여린 손등은 트다 못해 쩍쩍 갈라지기도 했습니다.
그 손등으로 흘린 코를 훔치는 친구의 소맷자락은 늘 반질만질 했습니다.
운이 좋아 딱지를 투툼하게 따기라도 한 날은 호주머니를 그득 채우고도 남아 양손에 움켜쥔 채 신바람을 내곤 했습니다.
너무 좋아 손등이 아린 것쯤이야 너끈히 참을 수가 있엇습니다.
방바닥에 흩어놓은 딱지를 보고 있노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습니다.
흙 묻은 종이에 불과한 그 물건이 왜 그리도 가슴을 뛰게 했는지….
쇠못치기는 딱지치기와는 차원이 다른 좀 묵직한 놀이었습니다.
쇠못의 대가리를 잡고 땅에 뿌려 꽂으면 올못치기, 뾰족한 부분을 잡고 꽂으면 꺼꿀못치기라 불렀습니다.
내 쇠못이 상대방 것을 넘어뜨리면 그게 내 것이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꺼꿀못치기는 나름대로 고도의 기술이 수반되는 놀이었지요.
많이 따는 날은 모은 쇠못을 호주머니에 구멍이 날 정도로 쑤셔넣기도 했습니다.
"많이도 땄구나. 근데 그게 밥을 먹여주냐? 돈을 갖다 주냐?"
바지에 난 구멍을 꿰매주시던 어머니 핀잔에도 기분이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밤엔 그걸 머리맡에 두고 세고 또 세며 쾌재를 부렸던 일을 떠올리면,이순이 넘은 요즘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어릴 땐 누구나 종이치기나 못치기 같은 하찮은 놀이에 매달리며,
쾌재를 부린 일들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 나를 따뜻하게 합니다.
그처럼 작은 것에도 즐거워했던 그 시절의 순수한 동심이 세삼 그리워집니다.
- 2010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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