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지기 2023. 3. 1. 13:28
 
초등시절의 삼일절은 학교가는 날이지만, 책보는 안 갖고 갔다.
지난 밤에 부러진 크레용으로 그린 태극기 하나만
달랑 움켜쥐고 가니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운동장을 가득채운 아그들은 꽃샘추위로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자작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삼창을 대차게 부르기 위해서 견디고 있었다
'대한독립만세! 만세! 만세!'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오늘, 아파트에 꽂힌 태극기는 몇 안 된다.
내건 집이 오히려 멋쩍어 보이는 삼일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