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의 추억 나들이
반나절의 추억 나들이
어릴 때 살았던 고향 마을 건너편에
옛 모습을 재현한 자그마한 민속마을이 들어섰다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아내와 함께 들렀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5,60년 전 어릴 때 살던 마을 모습과 흡사하여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립문을 여니 깊이 잠든 추억이 깨어나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이글거리며 방문객을 위한 군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올망쫄망 모여있는 허름한 초가집들이 그저 정겹게만 보입니다.
마당에서는 빨간 벼슬을 세운 한 떼의 닭들이 모이를 쪼고 있습니다.
비좁고 구불구불한 고샅길에서는 그 시절 깨복장이 친구들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습니다.
부모를 따라 구경온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고샅을 메우며 지나갑니다.
그 아이들은 마치 동화 속의 마을에라도 들어온 듯,
호기심을 멈추지 못한 채 방방 뛰어다닙니다.
나에게는 너무 애틋한 삶의 터전이었는데 말입니다.
방안에 들어서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몸을 의지하니, 정겨움이 절로 묻어납니다.
시렁에 얹혀있는 이불도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 아래 횃대엔 이런저런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걸쳐 있었는데…….
오늘 휑한 모습을 대하니, 언듯 외로움이 스쳐갑니다.
잠시 후에 옛 밥상을 마주하니, 추억 속으로 너무 멀리 달려온 듯
되돌아가기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 위의 시래기나물을 대하니 코끝이 찡해옵니다.
시래기죽, 시래기밥, 시래기국, 시래기나물…….
되돌아보면 시래기는 나 어린 시절 가난한 밥상의 대명사였으니까요.
나는 바로 그 시래기나물을 남김없이 먹으며,
가슴이 뜨겁도록 부모님과 형제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 호구지책이었던 시래기가 요즘은 웰빙 음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규모가 큰 다른 민속마을의 상업성과는 사뭇 다른
이 마을의 순수한 모습에서 의미있는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나절 체험을 하고 돌아서는 발길이 그래서 가벼운가 봅니다.
작지만 옹골찬 것이 크고 실속없는 것보다 몇 배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 2010년 1월 30일 -